카카오뱅크가 한국 화이트햇 연합팀 Cold Fusion을 후원하며 참여한 DEF CON 33 CTF 경험을 공유합니다. 단순한 금전적 지원을 넘어 굿즈 제작, 아지트 셋업, 현장 실무 지원까지 DevRel로서 팀과 함께한 과정을 기록했습니다. 글로벌 보안 커뮤니티의 협업 문화, 팀의 소속감을 높이는 해외 대회 현장에서의 지원, 그리고 후원이 어떻게 진정성 있는 관계로 이어지는지를 이 글에서 확인해보세요!

안녕하세요, 카카오뱅크에서 Developer Relations 담당자로서 기술 컨퍼런스와 커뮤니티 후원을 담당하고 있는 Ashley입니다.

매년 여름, 전 세계의 화이트햇 해커들이 사막의 도시 라스베가스로 모입니다. 바로 1993년부터 이어져 온 대규모 글로벌 보안 컨퍼런스 ‘DEF CON’이 열리기 때문입니다. 수천 명의 보안 전문가와 해커들이 최신 해킹 기법과 방어 전략을 공유하는 이 자리에서는, 1996년부터 시작된 세계 최고 권위의 해킹 방어대회(CTF, Capture The Flag)도 함께 열리며 정보 보안 커뮤니티의 축제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특히 DEF CON CTF는 ‘해커들의 올림픽’으로 불리는 무대로 ‘예선’과 ‘본선’으로 구성되며, 전년도 우승팀과 주요 CTF 우승팀에게 주어지는 시드권(약 5팀), 그리고 예선을 통과한 상위 7팀만이 본선 경기의 참가 자격을 얻습니다. 2025년 기준, DEF CON CTF 예선전에는 약 195개 팀이 도전했지만, 본선 티켓을 거머쥔 팀은 단 12팀뿐이었습니다.

DevRel의 시선에서 본 Cold Fusion 후원

카카오뱅크는 이번 DEFCON 33 CTF에서 유일한 한국인 구성 연합팀인 Cold Fusion을 후원했습니다. 하지만 저희의 목표는 단순한 금전적 후원에 그치는 것이 아닌, 다양한 기술 직군을 대상으로 행사와 교육을 기획해 온 DevRel 경험을 토대로, Cold Fusion 팀이 현장에서 더욱 ‘몰입’하고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보다 실질적인 지원을 고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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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Cold Fusion 연합팀 소개

굿즈 제작, 출정식, 현장 아지트 운영 지원 등은 작은 부분 같아 보이지만, Cold Fusion 팀이 보다 견고한 팀워크를 완성시키는 중요한 장치가 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후원사와 참가자라는 경계를 허물고,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며 대회의 처음과 끝을 함께 마무리하는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글 또한 단순히 ‘후원 기록’을 남기려는 것이 아닙니다. DevRel 담당자로서 Cold Fusion 팀과 함께한 DEF CON 33 여정을 돌아보며, DevRel이 글로벌 보안 커뮤니티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카카오뱅크의 후원 기록은 지난 2023년, 타임라인으로 살펴본 2023 기술행사 후원 기록(KWDC, INFCON) 글 이후 오랜만입니다. DEF CON 컨퍼런스에 대한 더 자세한 소개와 작년 현장 분위기가 궁금하시다면 해커들의 축제, DEFCON 32와 해킹방어대회 본선 참여기도 함께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후원의 시작: “스폰서”을 넘어 “팀의 일원”으로

Cold Fusion과의 인연은 지난 5월, DEF CON CTF 본선 진출 소식을 접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전 세계 195개 팀 중 단 12개 팀만이 본선 무대에 오를 수 있고, 그중 하나가 한국 연합팀이라는 사실은 후원 논의를 시작하기에 충분한 이유가 되었습니다. 카카오뱅크는 금전적 지원만을 제공하는 후원사가 아니라, 팀이 대회에 몰입할 수 있도록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도움을 주는 파트너가 되고자 했습니다.

KITRI(한국정보기술연구원) 등 Cold Fusion 팀을 후원하는 기관 가운데 카카오뱅크는 팀의 소속감과 실질적인 편의성을 높일 수 있는 지원 방식을 택했습니다. 바로 Cold Fusion 팀을 위한 ‘굿즈 제작’을 통한 후원을 결정했습니다.

카카오뱅크는 대회 현장에서 선수들이 실제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후드티, 티셔츠, 스티커, USB 등의 굿즈를 제작했습니다. 디자인에는 Cold Fusion 공식 로고와 카카오뱅크의 정체성을 함께 담아, 단순한 후원 관계를 넘어 “같은 팀으로 함께한다”는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완성된 굿즈는 직접 박스 단위로 포장해 Cold Fusion 연합팀 소속의 각 팀장들에게 전달하였고, 이를 받아본 많은 분들께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습니다. 특히 야심차게 준비한 ‘USB 허브’가 대회 중간에도 노트북과 HDMI, 랜선 등을 연결할 수 있어 매우 도움이 되었다는 평이 인상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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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굿즈 제작 및 박스 포장 사진 (후드티, 티셔츠, 스티커, USB 젠더 등)

7월에는 두 차례의 출정식이 있었습니다. 먼저 지난 7월 11일, 서울 금천구에 위치한 BOB 센터에서는 정부 관계자와 보안 교육생들이 모인 자리에서 Cold Fusion을 비롯한 총 3개 팀의 출전 소식이 공식적으로 발표되었습니다. 여러 관계자들의 격려 속에서, 한국 보안 인재들이 세계 무대로 나선다는 사실이 한층 실감되던 순간이었습니다. 현장에 모인 학생들과 멘토들의 눈빛에서도 새삼 ‘국가대표’로서의 자부심과 기대가 묻어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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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BOB 센터 출정식 현장 사진

7월 25일에는 Cold Fusion 팀이 카카오뱅크 판교 오피스를 방문했습니다. 운영진을 포함해 약 10명의 팀원들이 직접 찾아와 오피스를 둘러보고, 기술 임원과 실무진이 함께한 출정식과 점심 자리에서 대회 준비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포부를 전했습니다. 식사 자리에서 이어진 대화를 통해 팀원 한 사람 한 사람이 대회를 준비하며 쌓아온 노력과 열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들의 눈빛과 말투만으로도 얼마나 진지하게 CTF를 준비해왔는지가 전해졌습니다. 그렇게 “함께 목표를 향해 걸어가는 동료구나”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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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 판교 오피스 출정식 현장 사진

라스베가스 현장 스케치: Cold Fusion 팀과 함께한 3박 4일

3-1. 대회 전 준비

라스베가스 도착은 8월 6일 밤이었습니다. 긴 비행 끝에 도착한 라스베가스는 ‘세계 최대 보안 컨퍼런스가 열리는 도시’라는 이름에 걸맞게, 도심 곳곳에서 규모와 열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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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5] 라스베가스 공항·숙소 야경

다음 날인 8월 7일 오전, 라스베가스 컨벤션센터 WEST 홀에서 DEF CON 등록이 시작되었습니다. 컨퍼런스 공간은 약 3만 명 규모의 참가자들을 맞이할 준비로 분주했고, 곳곳에서 줄을 서거나 복도에 모여 대화를 나누는 참가자들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다만 CTF 대회를 비롯한 주요 프로그램들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은 둘째 날부터였기에, 세션장 복도는 비교적 한산한 분위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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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6] 컨퍼런스 등록 현장 사진 & DEF CON 33 기념품

그중에서도 가장 붐빈 곳은 매년 새롭게 제작되는 DEF CON 기념 굿즈 판매 코너였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긴 줄이 늘어섰지만, 참가자들은 지루해하기보다는 나름의 방식으로 대기 시간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누군가 가져온 공에 낙서를 남기고 이를 주고받으며 함께 놀던 모습이었습니다. 처음 만난 사람들끼리도 금세 대화를 나누며 어울렸고, 그 분위기를 통해 이곳이 ‘보안’이라는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자유롭고 활기차게 교류하는 자리임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Cold Fusion 팀은 본격적인 대회를 앞두고 별도의 ‘아지트(Agit)’를 마련했습니다. KITRI가 공간 대관을 맡았고, 카카오뱅크는 그곳을 하나의 작은 대회장처럼 꾸미는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한국에서 미리 준비해 간 현수막, 배너, 포스터를 설치해 분위기를 조성했습니다.

특히 Cold Fusion은 디스코드(Discord)를 중심으로 오랫동안 온라인에서만 소통해 온 연합팀이었기에, 실제 현장에서 서로를 알아보고 자연스럽게 대화를 시작할 수 있도록 돕는 장치가 필요했습니다. 이때 ‘팀 이름표’와 ‘네임택’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소속 팀, 한글 이름, 디스코드 닉네임을 함께 기재해 처음 얼굴을 마주한 순간에도 금세 서로를 알아보고 네트워킹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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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7] 아지트 공간 현수막·배너·네임택 배치 모습

아지트의 뒷편에는 대회 기간 내내 팀원들이 언제든지 에너지를 보충할 수 있도록 작은 간식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트레이더스 조와 인근 마트에서 물과 간식, 에너지 드링크 등을 직접 구입해 사전에 넉넉히 비치했고, 경기 도중 부족하지 않도록 수시로 보충했습니다. 이는 형식적인 준비가 아니라, 장시간 이어지는 치열한 경기 속에서도 팀이 안정적으로 컨디션을 유지하고 집중력을 잃지 않도록 돕는 세심한 배려였습니다.

3-2. 대회 현장 스케치

컨퍼런스 둘째 날인 8월 8일, 드디어 DEF CON CTF 본선 경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오전 9시부터 본선 경기장 출입문이 열렸지만, 입장은 CTF 본선 참가 팀의 제한된 인원에게만 허용되었습니다. 저는 일반 관람객도 들어갈 수 있는 오전 10시에 맞춰 경기장에 들어가, Cold Fusion 팀이 배정받은 테이블을 찾았습니다. 팀원들에게 아침 일찍 준비해간 에너지 드링크와 간식을 건네며 컨디션을 챙겼고, 동시에 현장의 분위기를 기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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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8] DEF CON 33 CTF 장소 모습

경기장 주변은 DEF CON 특유의 다채로운 Village와 체험 부스로 가득했습니다. Car Village에서는 실제 차량을 대상으로 한 해킹 시연이 이어졌고, Marine Village에서는 보트를 활용한 해양 환경 시뮬레이션을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Payment Village에서는 카드 정보 추출 실습이, Hardware Village에서는 하드웨어 기기를 직접 조립하고 분석해보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한편 AI Village에서는 인공지능을 주제로 한 다양한 세션이 열렸고, 바로 옆에서는 미국 국방부 산하 DARPA가 주최한 AIxCC 챌린지 결승전이 진행되며 막대한 상금을 두고 어느 팀의 AI 가 취약점을 가장 잘 찾아내는지 치열하게 대결을 펼쳤습니다. 이처럼 DEF CON은 보안 전반을 아우르는 글로벌 축제라는 점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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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9] DEF CON 33 Village 체험 사진

잠시 Village를 둘러보던 중, 오후 12시부터는 DEF CON 33 CTF 출전 팀에서 각 1명씩 대표를 선발해 참가하는 ‘Live CTF 경기’ 가 시작되었습니다. 현장은 마치 e스포츠 무대를 연상케 했습니다. 전문 해설위원들이 실시간으로 경기를 중계했고, 전 세계 시청자들이 온라인으로 함께 지켜볼 수 있도록 생방송도 진행되었습니다. Cold Fusion 팀의 한 멤버도 대표로 참가했고, 긴장 속에서도 침착하게 문제를 풀어내는 모습은 현장 참가자와 온라인 시청자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대표 참가자의 몰입과 집중이 빚어낸 장면마다 이를 온오프라인으로 지켜보는 사람들의 응원이 Live CTF 경기의 열기를 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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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0] Live CTF 현장·중계 모습

3-3. 대회 기간 중 화이트햇의 하루

대회 기간 동안 Cold Fusion 팀의 하루는 빽빽하게 채워져 있었습니다. 우선 CTF 대회 운영 시간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Day1 10:00 AM - 17:00 PM
Day2 10:00 AM - 17:00 PM
Day3 10:00 AM - 12:00 PM

대회 첫째 날과 둘째 날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는 본선 경기에 몰입했고, 저녁이 되면 아지트나 호텔룸에서 다시 전략 회의가 이어졌습니다. 하루 동안 치른 경기를 복기하고, 룰북을 확인하며, 다음 날을 준비하는 과정은 또 다른 경기를 치르는 듯한 긴장감으로 가득했습니다.

호텔룸에서 열린 밤샘 회의는 특히 인상 깊었습니다. 팀원들의 노트북 화면에는 각기 다른 문제 풀이 과정과 분석 도구가 펼쳐져 있었고, 동시에 여러 접근 방식이 실험되고 있었습니다. 누군가는 막힌 부분을 설명하며 의견을 구했고, 또 다른 이는 필요한 자료를 찾아 정리했으며, 다른 이는 로그와 코드를 검증하며 속도를 맞췄습니다. 중간중간 짧은 농담이 오가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는 하루의 성과를 회고하고 다음 날을 대비하는 진지한 분위기가 이어졌습니다.

회의가 이어지는 동안 테이블에는 늘 에너지드링크와 커피, 간식이 함께했습니다. 빈 캔과 종이컵이 쌓여가는 모습은 그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몰입하고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작은 흔적이기도 했습니다. 대회 현장은 편의 시설과 거리가 멀어 필요한 물품을 즉시 구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미리 준비해둔 간식과 음료는 팀의 컨디션을 유지하는 작은 장치가 되었습니다. 후원 담당자로서 제가 직접 해드릴 수 있는 부분은 Cold Fusion 팀이 지치지 않도록 현장에서 지원해드리는 것이었습니다. 작은 역할이었지만, 장시간 이어지는 경기 환경 속에서 팀의 집중력을 유지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며 열심히 준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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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1] 호텔룸에서 열린 밤샘 회의 모습

대회 결과와 소회

8월 10일 오후 12시, 사흘간 이어진 DEF CON 33 컨퍼런스와 CTF 본선 경기가 마무리되었습니다. 경기 마지막 날 본선장은 물론, 아지트에서도 끝까지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가 계속됐습니다. 밤새 세운 전략이 맞아떨어지기도 했고, 예상치 못한 변수로 무산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팀은 집중을 잃지 않았고, 마지막 순간까지 각자의 역할을 다하며 대회를 완주했습니다.

Cold Fusion은 전 세계 195개 팀 중 본선에 오른 12개 팀 가운데 10위를 기록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순위로 평가될 수 있겠지만, 제가 현장에서 지켜본 모습은 그 이상의 의미가 있었습니다. 본선 무대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팀들만 설 수 있는 자리였고, 그곳에서 사흘 동안 밤잠을 줄여가며 끝까지 몰입하는 모습은 충분히 값진 성과였습니다. 대회가 끝난 뒤, Cold Fusion 팀과 여러 참가자들이 서로 인사를 나누던 순간, 순위를 넘어 동료로서 서로를 인정하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이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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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2] DEF CON 33 CTF 대회 종료 후 Cold Fusion 연합팀 단체사진

개인적으로는 DevRel 담당자로서 이번 경험을 통해 보안 커뮤니티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기술 중심의 커뮤니티는 결국 사람들에 의해 움직이고, 그들이 몰입할 수 있도록 곁에서 돕는 것이 DevRel의 중요한 역할임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후원의 규모나 방식이 크지 않아도, 진정성 있는 지원은 신뢰와 협력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이번 경험에서 배울 수 있었습니다.

후원을 통해 배운 것

이번 경험은 후원금을 지원하는 것 이상으로 어떤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금전적 지원만으로는 대회 현장에서 팀이 직면하는 다양한 상황을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부분을 세심하게 살펴보고 작은 공백이라도 채워 넣으면, 그 지원은 팀에 실질적인 힘이 될 수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특히 해외 대회 현장 지원의 중요성을 크게 느꼈습니다. 긴 시간 동안 낯선 환경에서 진행되는 만큼 예상치 못한 불편과 변수가 끊임없이 발생합니다. 현수막 하나를 설치하는 일부터 간식과 음료를 준비하는 일까지, 사소해 보이는 요소들이 팀의 집중력과 사기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이러한 경험은 현장에 직접 있지 않으면 알기 어려운 부분이었고, DevRel이 커뮤니티와 같은 공간에서 함께해야 하는 이유를 분명히 보여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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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3] Cold Fusion 팀을 위해 준비한 현장 지원 모습 (feat. 간식)

또한 보안 커뮤니티에 대한 이해 역시 한층 깊어졌습니다. DEF CON CTF는 그저 주어진 문제를 푸는 대회가 아니라, 전 세계 보안 전문가들이 모여 기술과 경험을 공유하는 자리였습니다. Cold Fusion처럼 서로 다른 팀의 화이트햇들이 연합해 준비하고 참여하는 과정은, 협업을 기반으로 하는 커뮤니티의 본질을 잘 보여주었습니다. 대회장 곳곳에서 접할 수 있었던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통해 정보보호 업계 종사자들의 전문성과 동시에 해킹 문화의 유쾌한 면모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DevRel 담당자로서 이러한 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것은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에필로그

DEF CON 33 CTF 후원은 준비 단계부터 현장까지 약 3개월 동안 이어진 과정이었습니다. 이 기간 동안 단순히 금전적 지원에 머물지 않고, 팀이 대회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며 실행했습니다. 굿즈 제작, 출정식, 현장 아지트 운영과 같은 작은 시도들이 모여, 후원자와 참가자라는 경계를 넘어서는 협력 관계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한 운영진이 “웬만한 Cold Fusion 팀원보다 더 많은 걸 알고 계신 것 같다.”고 장난식으로 전해준 말은, 그 결과를 잘 보여주는 한 마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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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4] DEF CON 33 CTF 대회 공간 및 컨벤션홀 전경

이번 후원 경험을 통해 배운 가장 큰 점은, 후원은 단발적 지원이 아니라 ‘관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커뮤니티와 함께하려면 현장에서 실제로 필요로 하는 것에 귀 기울이고, 작은 부분이라도 채워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진정성이 신뢰를 만들고, 신뢰는 다시 더 큰 협력으로 이어집니다. Cold Fusion 팀을 후원하며, 이러한 신뢰 관계의 구축이 틀리지 않았음을 잘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이번 경험은 특별했습니다. 전 세계 약 3만 명이 모이는 DEF CON이라는 거대한 컨퍼런스를 미국 라스베가스라는 도시에서 직접 경험한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었습니다. 국내 기술 컨퍼런스에서 자주 보았던, 눈을 빛내며 참여하는 참가자들의 모습이 이곳에서도 똑같이 보였고, 그 열기가 훨씬 더 큰 스케일로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CTF와 같은 경진대회가 동시에 여러 곳에서 진행되는 진귀한 광경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었다는 점은, 앞으로도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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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5] Cold Fusion 팀과 대회 후 기념사진

앞으로도 카카오뱅크는 국내외 보안 인재와의 협력을 확대하며, 안전한 금융 환경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저 역시 DevRel 담당자로서, 현장에서 커뮤니티가 필요로 하는 순간에 곁에 있고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역할을 이어가고자 합니다. DEF CON 33 CTF에서의 후원 경험은 저희에게 새로운 도전이었고, 그 의미를 오래 간직하려 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