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에서 데이터 기획자로 일하고 있는 Izel, 데이터 분석가로 일하고 있는 B와 Belle입니다. 저희가 소속된 데이터Biz캠프는 데이터의 제품화를 고민하고 실행하는 조직이에요.
이 글을 통해 지난 9월 11일, 배지 모으기 서비스라는 데이터 제품을 대고객 서비스로 출시하면서 경험한 데이터 제품화 과정에 대해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해당 서비스가 카카오뱅크 오픈 이후로 ‘데이터분석 결과를 실제 앱에 가시화한 첫 서비스‘라는 평을 받고 있는 만큼, 이를 기획하고 출시하는 과정에서의 못다 한 이야기들을 준비했으니 재밌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데이터 제품(Data Product)의 정의
우선, 데이터 제품의 정의와 구분에 대해 간단히 설명드리겠습니다.
미국 Chief Data Scientist였던 DJ Patil 은 자신의 저서 <데이터 주짓수(Data Jujitsu): The art of turning data into product>에서 처음으로 데이터 제품을 정의하고 소개했습니다. Patil의 정의에 따르면, 데이터 제품이란 “데이터를 사용하여 제품의 최종목표를 가능하게 하는 Product“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IT서비스가 데이터를 정제하고 활용하여 유용한 기능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데이터 제품의 의미가 너무 넓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아래 예시를 살펴보면서 한 번 더 짚어보겠습니다.
데이터 제품의 구분
데이터 제품을 구분하는 Metric을 살펴보면, 데이터 제품을 5단계로 나눠볼 수 있어요.
- Raw data(원본 데이터): 원본 데이터 혹은 약간의 가공된 데이터
- Derived data(파생데이터): 원본 데이터로 판단할 수 있는 분류값을 추가한(labelled) 데이터 (예. 고객군 세그먼트 정보 등)
- Algorithms(알고리즘): 어떤 모형을 데이터로 학습시킨 결과물로, 해당 모형에 의해 의사결정이 이루어짐
- Decision Support(의사결정 지원): 최종 의사결정을 제외한 의사결정들의 근거 제공
- Automated Decision Making(자동 의사결정): 최종 의사결정까지 자동화
이러한 데이터 제품 5단계 구부을 참고 해서, 카카오뱅크의 ‘배지 모으기 서비스’가 어떤 면에서 데이터 프로덕트로 할 수 있는지, 더 나아가 만일 데이터 프로덕트라면 어떤 분류의 데이터 프로덕트에 속할지 분석해 보았습니다.
‘배지 모으기’는 어떤 데이터 프로덕트일까요?
What is “배지 모으기” 서비스?
배지 모으기 서비스는 카카오뱅크 이용내역을 귀여운 모양의 그래픽 배지로 남겨서 앱 내에 간직하거나 친구들에게 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이를 데이터 제품 관점에서 본다면 파생데이터를 대고객 서비스에 적용한 것으로, 데이터 분석을 통한 의사결정지원을 활용한 제품에 해당합니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Derived data(파생데이터)
- 가공된 데이터를 배지 모으기 서비스에 사용할 수 있도록 데이터 로직을 제공하며, 최종 산출물의 퀄리티를 검증한다.
- 이때 ‘파생데이터의 유저’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카카오뱅크 앱 이용자가 된다.
🔍 Decision Support(의사결정 지원)
- 수많은 카카오뱅크 데이터 속에서, 데이터 탐색과 검증 과정을 통해 배지로 남길 만한 유의미한 기준을 선정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 이때 ‘의사결정 지원의 유저’는 기획자, 서비스 경험을 설계하는 프로덕트 디자이너 등이 된다.
배지 획득 난이도 정하기
배지 모으기 서비스는 각 배지의 획득 난이도를 조절하여 사용자들로 하여금 적절한 서비스 이용 동기를 이끌어내야 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각 이벤트 발생의 희소성과 획득을 위한 노력의 정도, 절대적인 자산우위의 필요여부 등 데이터를 확인하고 판단해야 할 사항이 많았습니다.
또 배지 모으기 서비스를 구체화하다 보니, 내부적으로 ‘단순히 개인의 이용행태를 요약해서 보여주는 것만으로는 서비스 매력도가 떨어지는 것 같다’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어요.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데이터 기준이 더욱 흥미로우면서도 검증 가능해야 했습니다.
이처럼 데이터를 기준으로 정책을 결정하면서도 프로덕트 관점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했기에, 기획자와 프로덕트 디자이너, 그리고 데이터 분석가가 한 자리에 모여 앉아 함께 가능성을 탐색하고 데이터로 검증하는 과정을 여러 번 거쳤습니다. 이 과정에서 요구되는 각 업무별 역할은 아래와 같았습니다.
기획자(PM)
프로덕트 디자이너
데이터 분석가
데이터에 스토리 입히기
카카오뱅크 배지 모으기 서비스에서 배지 획득 기준을 살펴보면, 배지별로 이용한 횟수, 일수, 연속 이용한 일수 등 획득 기준이 상이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배지 획득 기준을 ‘3번, 3일, 3일 연속’으로 설정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때 3이라는 숫자는 비슷해 보이지만, 각 미션을 수행하는 고객의 행동은 전혀 다르게 나타납니다. 이는 고객 행동의 단발성, 지속성, 연속성의 관점에서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아래와 같이 고객의 앱 내 활동을 다각도로 살펴보고, 고유한 의미를 부여하면서 각각에 적합한 배지 기준과 난이도를 설정하고자 했습니다.
💁♀️ 고객 행동별 배지 기준과 난이도 설정
- <돈이 되는 이야기> 게시글 확인 → 단발성의 이벤트이므로, 횟수 기준을 높게 설정
- 하루에도 여러 번 이용할 수 있는 교통카드를 n일 이상 이용 → 단발성을 넘어 지속성 고려
- 카카오뱅크 앱 20일 연속 로그인 → 단발성, 지속성을 넘어 연속성 고려
또, 카카오뱅크만의 특징과 각 상품/서비스의 특징을 살리고자 노력했는데요. 대표적으로 i) 로그인, ii) 수신상품, iii) 체크카드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i) 로그인
카카오뱅크는 예적금, 대출 상품 등 대표적인 은행 상품을 소비하는 고객뿐만 아니라, 금융플랫폼을 지향하는 은행으로서 은행앱을 사용하는 고객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따라서 배지 서비스를 기획할 때, MAU(Monthly Active User), WAU(Weekly Active User), DAU(Daily Active User) 데이터를 우선적으로 중요하게 활용하고자 했습니다.
로그인 관련 데이터 분포에서 눈에 띄었던 점은 7일 연속 로그인한 사용자수가 DAU와 비슷할 만큼 규모가 크다는 것이었습니다. 7이라는 행운의 숫자와 맞물려 배지 이미지로 제작하기에 적합한 특징이었죠. 그 결과, 1~2일 로그인이 아닌 “럭키세븐” (7일 연속 로그인) 배지가 탄생했습니다.
ii) 수신상품 만기
월별로 카카오뱅크 고객의 약 25%는 예금, 적금 등 수신 상품의 만기를 달성한 후 재가입하고 있는데요.
이러한 높은 만기도달률과 재가입비율은 카카오뱅크가 은행상품의 허들을 낮춤으로써 누구나 쉽게 만기 상품에 가입한 후 만기까지 유지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배지 서비스에도 이러한 특징을 담아 “만기달성” (수신상품 만기 1개 이상) 배지를 만들었습니다.
iii) 체크카드 사용
카카오뱅크 고객들의 주된 체크카드 사용처는 교통, 식당, 카페 등 실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카카오뱅크 체크카드를 보유한 고객 중 절반 이상이 교통카드로 사용하고, 약 75%는 음식 관련 업종을 매월 방문해요.
위 내용은 “뚜벅이사랑” (대중교통 3일 이상 이용)과 “냠냠박사” (매출/방문자수 기준 전국 상위 10%인 인기 음식점 방문) 배지의 탄생으로 이어졌습니다!
여담으로, 체크카드 결제내역을 건별로 분석하면서, 삼계탕 vs. 치킨집처럼 선호하는 닭요리에 대한 결제 패턴 구분이 가능함을 알 수 있었어요. 최종 배지 리스트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결제 데이터를 이용한 새로운 관점의 취향분석이 가능하다는 점을 발견하게 됐습니다.
이처럼 데이터를 통해 새로운 배지를 제안하고, 그 데이터에 기획자와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스토리를 입히면서, 데이터분석을 넘어 데이터분석의 결과를 새로운 서비스의 형태로 탄생시키는 과정을 함께 했었는데요. 데이터에 대한 해석과 스토리를 입히고, 이해한 데이터를 고객에게 새로운 방식으로 전달하는 과정 모두 새롭고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
그 외 데이터 제품화를 위한 숨은 노력들
그 외에도 하나의 제품을 완성시키기 위해 데이터엔지니어 / 백엔드개발 / 모바일개발 / QA(Quality Assurance) 등 다양한 직군에 계신 분들과의 협업을 통해 “배지 모으기” 서비스를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도 소개해 드리고 싶지만, 그렇게 하면 이 글이 너무 길어질 것 같아 이쯤에서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배지 서비스 출시까지 참여해 주신 모든 분들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
그래서… 우리는 왜 데이터 제품을 만드는 걸까요?
데이터는 우리가 잘 만들어 놓은 놀이터에 누군가 와서 놀다 간 흔적과도 같습니다. 놀이터에서 미끄럼틀과 시소를 타며 오랜 시간을 보낼 수도 있고, 여러 명이 함께 숨바꼭질하며 놀 수도 있고, 그냥 벤치에 잠깐 앉았다가 갈 수도 있죠. 이렇게 흔적(데이터)들이 하나하나 모이게 되면 데이터를 다루는 조직에서는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집니다.
데이터를 활용하면 어떤 점이 좋을까요? 몇 가지를 나열해 보겠습니다. 먼저 데이터의 수집/저장, 전처리를 통해 고객 세그먼트별 행동 패턴을 이해할 수 있으며, 현 상황을 정확히 진단하고 정책에 필요한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됩니다. 또한 고객과의 접점을 데이터로 만나게 되고, 이를 데이터 기반의 새로운 서비스로 만들어 낼 수 있으며, 출시 이후에도 효율적으로 개선할 수도 있어요.
결과적으로 데이터 기반 제품은 다른 어떤 제품보다 고객의 행동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이를 반영하여 기획할 수 있는 Intelligent Product로서 서비스와 비즈니스 차원에서 높은 가치를 제공하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많은 기업에서 데이터에 기반한 프로덕트의 출시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카카오뱅크 배지 모으기 서비스를 사례로 데이터 제품을 만들기까지의 숨은 노력을 소개해 드렸는데요. 부디 관심을 갖고 읽어주신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앞으로 더욱 유용하고 흥미로운 카카오뱅크의 데이터 프로덕트 개발을 응원해 주세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